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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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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여행 - 두브로브니크의 필레 게이트와 플라차 대로 그리고.. / 2013.09.18 마침내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 도착했다. 두브로브니크라는 이름이 왠지 좀 낯설었는데, 원래 이곳은 '라구사(Lagusa)'라고 불리던 곳었다고 한다. 그 순간, 어릴 때 밤새면서 했던 '대항해시대2'라는 게임의 지도가 머리 속에 펼쳐지며, '라구사'라는 항구가 기억이 났다. '아, 게임 속의 그 곳이 이 곳이었구나.' 몇 시간 전만해도 사라예보(Sarajevo)에 있었다. 두브로브니크에 온 지금은 솔직히 말하면 너무 생경해서 벙져 있었다. 나라가 바뀐 것 따위는 상관없었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나도 달랐다. 잿빛 하늘에서 비를 흩뿌리던 칙칙했던 사라예보의 날씨와는 달리, 이 곳은 아드리아 해가 푸르게 보였고, 파랗게 맑은 하늘에서 눈부신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그리고 관광객이 현지인..
사라예보 여행 - 걸어서 국립도서관과 이낫쿠자, 그리고 라틴브릿지 / 2013.09.16 '주타 타비야(Žuta Tabija / Yellow Bastion)'에서 내려왔다. 하늘에는 어느 새 땅거미가 지고 있었고, 이내 어두워질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어두워지면 사진 찍기가 힘들텐데, 마음이 불안해졌다. 지도를 보며 강을 따라 볼만한 스팟 몇 군데를 찍었는데, 해가 지더라도 찍어놓은 곳만은 꼭 가보고 싶었다. 느리디 느린 나를 탓하기도 하고, 빨리 가버리기만 하는 시간에 야속해 하기도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의외일 정도로 관광객이 너무 없어서 신선한 느낌이었다. 이 시간의 스플리트라면 관광객들이 바글바글 할텐데 너무나도 달랐다. 마치 독사의 비늘같은 이 건물의 줄무늬가 범상치 않았다'국립대학도서관(National and University Library of Bosnia and He..
사라예보 여행 - 코바치 국립묘지, 시로칵 게이트, 주타 타비야 / 2013.09.16 바쉬차르쉬야 광장 건너편에는 콘줌(Konzum)이 있었다. 케밥을 먹자 목이 타서 콜라를 하나 사서 마셨다. 평소에 탄산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 이번 여행을 와서 적어도 하루에 한 병씩 마시면서 콜라의 팬이 되어 버렸다. 호스텔에서 준 사라예보 지도를 보며 어디를 갈까 하다가 도시의 동쪽에 요새가 있음을 보고는 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라예보는 한국을 출발하기 며칠 전에 갑자기 일정을 바꿔서 우겨 넣은 거라 여행정보가 많이 모자랐다. 바쉬차르쉬야 광장에서 길을 건너기 직전 뒤를 돌아 광장을 담았다광장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작은 광장인데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정말 활기찼다시골 읍내 장날의 느낌이랄까? 사실 저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호날두를 닮아서 급히 사진을 찍었더랬다'Kasima ..
크로아티아 여행 -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스플리트(Split) 1부 / 2013.09.15 아침에 일찍 일어나 씻고 짐을 챙겼다.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난 셈이었는데, 샤워를 하고 나오니 다른 방에서 여자 두 명이 일어나 짐을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호스텔에서 내가 유일한 동양인인 줄 알았는데, 어제 못봤던 중국이나 태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 여자가 한 명 더 있었다. 아직 자는 친구들을 깨울까봐 짐을 하나씩 들고 밖으로 나와 정리를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사진을 한 장 담았다. 자다르 호스텔 'The Drunken Monkey Hostel' 왼쪽의 열린 창문은 좁은 주방이 있는 곳이고 저 아래 정면은 데스크, 오른쪽은 바(Bar), 왼쪽은 숙소이다 짐을 한참 챙기고 있는데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길래 보니, 남자들 몇 명이서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여기에 숙박하는 사람이면 비밀번..
크로아티아 여행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의 자다르(Zadar) / 2013.09.14 아까부터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던 비. 바닷가 항구에 도착했을 때 부터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쏴아아 소리를 내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카페라도 있으면 들어가서 비를 피하고 싶었건만. 아무런 건물이 없어, 일단 나무 아래로 몸을 숨겼다. 그러다가 조금 전 내가 지나온 길에 지붕이 있던 걸 생각해내고 그리로 달려갔다. 비는 한 시간 반 정도 내렸다. 숙소(Drunken Monkey Hostel)에 돌아갈까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걸어서 25분이 넘는 거리를 비를 맞으며 가기는 싫었다. 아마 집에 가는 거라면, 맞고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는 크로아티아고, 집이 아니라 호스텔이었으니까. 비가 그치길 바라는 마음이 하늘에 통했는지, 점점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이윽고 비를 맞으면서도 돌아다..
크로아티아 여행 - 자다르(Zadar) 올드타운(Stari Grad) 둘러보기 / 2013.09.14 아침에 일어나 HJ 일행과 조식을 먹었다. 근사한 호텔이 아니라서 조식에 대한 기대가 높진 않았지만, 나름 괜찮았다. 호텔을 나서면, 다시 혼자가 되면서 먹을 게 부실해지기 때문에 가급적 많이 먹고자 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하고나서 HJ 일행과는 식당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잠시 후, 저들은 플리트비체로 다시 들어갈 것이고,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자다르(Zadar)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을 것이다. 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로 내려오면서 버스가 오래 정차하지 않는다는 걸 봐왔기 때문에 30분 정도 일찍 나가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정류장(Ulaz 2)이 숙소로부터 5분 거리라 이동은 너무나도 편했다. 그리고 티켓은 어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미리 구입해놨었다. 운임은 100KN, 짐 값은 무료. 플리트비..
그게 가능해? 전주 당일치기 여행 1/2 (풍남문, 전동성당, 경기전) - 2013.06.09 나이가 드니, 몸이 무거워지는 걸까? '내일 아침에 당장 떠나자!' 라고 생각했다가도 이내 귀찮아져서 여행을 접은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가장 빈번했던 변명거리는 'KTX 매진'. 그러나 전주까지 가는 차편은 누리로도 있고 고속버스도 있었다. 가려는 의지만 있었다면 어떻게든 갈 수 있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왠지 떠나는 게 예전 같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여행을 가기로 한 날, 8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일어났다. 전주까지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기에는 늦었다는 이야기다. KTX는 이미 몇 주 전부터 매진이라, 일반 기차를 보니, 용산역에서 9시 49분에 출발하는 누리로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 나의 내적 갈등은. 갈지말지 수없이 생각하고 고민했다. 번복과 번복을 수없이 하다가, 뭐..
세상에서 가장 조용했던 겨울바다 - 화진포 해수욕장 / 2004.12.19 오래 전 여행을 되돌아보는 일은 마치 낡은 앨범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여행은 2004년에 다녀온 여행으로 햇수로는 벌써 9년 전의 일이다. 아직도 그 당시의 기억 중 일부가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니 새삼스레 믿기지가 않는다. 갑자기 시간의 힘 앞에서 갑자기 겸손해져서는,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어떻게 지내왔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내가 신기하다. 새벽에 동서울터미널에서 새벽 차를 탔었다. 아마 간성으로 가는 차였을 거다. 새벽의 어스름이 깔리기도 전인 깜깜한 밤에 집을 나와 헐레벌떡 뛰어가서 겨우 차를 탔던 기억이 있다. 그 차에는 나와 어떤 아저씨, 단 두 명의 승객이 있었다. 미리 알아봤던 소요시간은 약 4시간 남짓. 나는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