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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3 보스니아 &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여행 - 사라예보 역사 박물관, 올림픽 스타디움, 영원한 불꽃 / 201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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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선지 폐관한 '국립박물관(Zemaljski Muzej)'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역사박물관(Historijski Muzej Bosne i Hercegovine)'은 지척이었다. 꿩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국립박물관 대신에 역사박물관으로 퉁 치려는 생각이었지만, 이 곳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천천히 관람하다보니 1시간이 넘게 있었다, 전시공간이 그렇게 크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역사박물관(Historijski Muzej Bosne i Hercegovine)'의 모습

건물도 흉흉하고, 드나드는 사람도 없어서, 들어갈까 말까 살짝 망설였다

겉으로만 보면, 국립박물관처럼 영업을 안하는 분위기였다

사라예보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면을 마주보고 좌측에 있는 입구로 왔다

컨셉인지는 모르겠지만, 계단도 보수가 안되어 있었고, 인기척이 없어 보였다

그 때 저 안에서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매표소 직원와 다른 내부 직원이 대화 중이었다

나는 입장권을 끊었고, 전시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던 중

벽의 모자이크가 예뻐보여서 한 컷 담았다



이 곳에는 사라예보 내전 중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그 때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고 비참했는지를 보여주던 사료들

사진 촬영은 금지였으나, 서너컷만 찍고 더 찍진 않았다



당시 주민들이 원조 받았던 식량들이다

왠지 우리나라의 6.25 당시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외에도 사진들, 총기류, 의복, 문서, 인터뷰 등이 내 눈을 붙잡았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자주독립을 위해 헤이그에서 활동했었고

그와 관련된 설명이 있었는데, 태극기가 한 눈에 딱 들어왔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역사박물관은 관광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사라예보에서 트램을 탈 일이 거의 없지만, 만약 트램을 탄다면 쉽게 올 수 있기는 하다. 행여 걸어서 이동한다면, 관광지가 아닌 곳의 풍경을 천천히 즐기면서 오면 된다.


건물 외관은 많이 훼손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갔을 때는 드나드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이 박물관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의 사라예보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복구되지 않은 건물이 컨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관람객은 내가 들어온 이후에 몇 명의 백인이 들어왔었다.


전시관은 생각보다 작은 편이다. 휙휙 둘러보고 지난다면 15분이면 관람이 가능할 정도? 그러나 꼼꼼히 둘러본다면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도 볼 수 있다. 나는 1시간 조금 넘게 관람했었던 것 같다. 조용하고 사람이 없어서 그랬는지, 박물관에서 마음이 아파본 건 처음이었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지만, 스텝이 지켜보거나 하진 않았다. 어쨌든 내 기준에서는 이 곳은 충분히 가볼만 했다. 국립박물관을 대신하는 마음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박물관을 좋아하는 내겐 너무나도 괜찮은 곳이었다.



역사박물관 앞 정원처럼 보이던 곳에 있던 돌

보스니아 내전과 냉전 시대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추모하는



근처 건물을 지나는데 유난히 한 건물의 총탄자국이 심했다

내전 당시에는 매일매일 마을을 돌며 인원체크 하는 게 독립군(?)의 일 중 하나였다고 한다

세르비아군이 가정집에 그냥 들어와 약탈/강간/폭력들을 일삼았기 때문에




'하스타하나 공원(Hastahana)'에 있던 조형물, '은하수(Mliječna Staza)'

제법 기괴한 느낌이었는데, 왜 은하수인지는 잘 모르겠다



'알리파샤 모스크(Ali Pasha's Mosque / Alipašina Džamija)'

1561년에 지어진 작은 모스크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전통 이스탄불 양식을 따랐다고 한다



동계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가기 위해 길을 틀었다

이 길은 북쪽으로 나있는 알리파샤 거리(Alipašina Ulica)



사라예보의 특징 중 하나는, 산을 깎지 않고 산등성이에 건물을 올리는 것이었다

이 곳도 마찬가지였고, 특이하게 고지대의 사람들을 위한 곤돌라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가는 길이라 한 때는 가장 번화했었을 곳



드디어 올림픽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왼족에 있는 탑(?)과 오륜기는 나를 설레게 하는 데 충분했다

현수막의 내용은 "제트라 올림픽 경기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다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자 난감한 풍경이 펼쳐졌다

첫 인상은 솔직히 쓰레기 야적장 같은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사진의 오른쪽으로는 창문이 많이 있었는데, 죄다 깨져있었다

그래도 길을 따라 사진의 오른쪽으로 직진했다



사라예보의 곳곳에는 이렇게 공동묘지가 있는데 이 곳도 마찬가지였다

'Groblje sv. Josip'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동묘지

어쩌면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의 두께로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



올림픽 때 사용되었을 경기장 중 하나

안으로 어떤 시설물들이 반입되고 있었고, 학생들이 출구로 나오고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들어가 볼 수 없었다



다시 왔던 길을 내려와서 관리사무소 같은 컨테이너가 있던 갈림길로 내려왔다

그냥 지나가려 하니, 어떤 아저씨가 안에서 나오길래

손가락으로 내가 가려는 방향으로 가리키며, "포토, 포토, 오케이?" 라고 물었더니

아저씨가 엄지를 치켜들며, 지나가라고 했다.



1984년,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어줬던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공산주의 국가에서 처음으로 열렸던 올림픽이었는데

그 마스코트와 심볼도 이제는 빛이 바랜 채 있었다



동계 올림픽 마스크트인 '부츠코(Vucko)'가 스키를 타고 활강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익살 맞았지만, 시간이 흔적이 역력했다

이렇게라도 남아 있는 게 감사할 따름



길을 따라 올라가보니, 무슨 트랙 같은 게 있어 가까이 다가갔다

들어가지 못하게 출입구를 막아놓아, 까치발을 딛고 본 모습인데, 황량했다

아무 것도 없이 그냥 방치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까 내가 갔다가 못들어간 체육관인데

내가 갔던 쪽은 스텝들이 오가는 쪽이고, 아무래도 이쪽이 입구인 것 같았다

그냥 멀리서 바라보았다



사라예보에 대한 사전 여행 정보 부족으로 인해, 나는 이곳이 제트라(Zetra) 올림픽 경기장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건 착각이었다. 위 사진의 왼편으로 또 하나의 스타디움이 있었지만, 나는 야구장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제트라 올림픽 스타디움이었다. 그 곳도 여기처럼 관리가 안되어 있다고 한다. 야구장 같아 보이기도 했고, 거기까지 가기 귀찮기도 해서 안갔는데, 그 곳이었다니..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이 곳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굳이 가보지는 않아도 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워낙 낙천적(?)이라 그럭저럭 괜찮았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조용히 걸으며 시간을 보냈으니까.


그리고 경기장 가는 길에 재래시장이 있어 잠시 들렀는데, 별로 볼게 없었다. 좁은 골목에서 되려 내가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 들어 사진도 안찍고 그냥 서둘러 나와 버렸다.


그리고 블로그에 종종 보이는 봅슬레이 경기장은 이 곳이 아니다.이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 난, 거긴 가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오게 될 때를 대비해서 약간의 아쉬움을 두어야 된다고..



그리고 다시 변화가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BBI Centar

일종의 쇼핑센터인데, 내가 이 사진을 담은 이유는 화장실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이 건물에 무료 화장실이 있었다



그리고 번화한 거리 한가운데에 있던 '영원한 불꽃(Eternal Frame / Vječna Vatra)'

 독일 나치와 세르비아의 오랜 점령으로 독립한 첫 기념일인 1946년에 세워졌다

2011년에 술취한 무리들 때문에 갑작스레 한 번 꺼졌는데

정작 불을 끈 놈들은 다 도망가고 지나가던 여행자가 다시 켰다고 한다



그 불꽃이 앞으로도 활활 타오르길 바래본다

벽에는 시가 조각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스니아인, 헤르체고비나인, 크로아티아인, 몬테네그로인,

그리고 영광스러운 유고슬라비아 군대의 세르비아 여단의 용사들의

용기와 그 모두가 함께 흘린 피로 인하여


사라예보에 살던 세르비아 출신의 애국자들,

그리고 무슬림과 크로아티아인들, 그 모두의 노력과 희생으로

1945년 4월 6일에 마침내 자유를 맞이 하였노라


아름다운 사라예보의 첫번째 독립기념일에

자유를 위해 몸바친 영웅들과 우리 조국에

영원한 불꽃과 감사의 마음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