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여행/'14 태국

태국여행 - 끄라비 정글투어 중 호랑이 사원을 둘러보고.. / 2014.09.02

반응형

공사 중인 종탑을 뒤로 하고 길을 따라 걸었다. 호랑이 사원이라고는 하지만, 어디가 호랑이 사원인지 잘 모르겠더라. 주차장 바로 앞에는 우리가 잠시 들렸던 공사 중인 종탑 건물이 있었고, 그 맞은 편에는 상가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는데, 스님들의 기숙사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원이라 해서 전통 건물이 있고, 엄숙하고 그럴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차라리 공원 같았다.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다보니, 오래지 않아 길의 왼편으로 건물이 하나 보였다. 전면이 탁 트인 낮은 높이의 건물. 그 안에 불상이 모셔져 있었다. 관리인인지 스님인지 몇 명의 관계자가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모습.


그리고 그 건물의 왼편으로 약간의 오르막 길이 나 있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한 생각으로 갔던 길이지만, 나중에서야 그 곳이 진짜 호랑이 사원임을 알게 되었다. 호랑이 사원은 동굴의 앞을 건물처럼 만든 곳이었다.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에 거대한 고래의 머리뼈가 있고, 그 끝에 신발을 벗는 곳이 있다면, 호랑이가 살던, 그리고 스님이 수양을 하던 그 동굴로 제대로 간 것이다.



전면이 탁 트여있고 불상이 모셔져 있던 건물

그 앞에 고양이가 배를 깔고 누워 있었다

11시 방향으로 3분 정도 올라가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섰다



여기가 진짜 호랑이 사원

저 계단 위의 동굴이 이야기 속의 그 동굴이다

이 내부는 매우 서늘했다



내부는 생각보다 매우 넓었고

관광객이 우리 밖에 없어서 매우 조심스러웠다

조용해서 우리도 소곤소곤 이야기를 했다는



계단 위로 올라가니

이렇게 귀여운 호랑이 모형이 있었다

이 곳을 지나 동굴로 들어가니

작은 공간이 나왔다



그 작은 공간에 모셔져 있던 불상

그런데 녹색의 에메랄드로 된 불상이 있었다

방콕의 에메랄드 사원에 있는 불상과

거의 흡사해 보였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저 앞을 이렇게 철문으로 막아 놓았더라

문 아래 시주함에 동전을 넣으면서

행운을 빌었다



동굴로 올라갔던 계단을 다시 내려왔다. 돌도 된 바닥이 차가웠다. 이 곳을 한 번 둘러보니, 그 동굴 외에는 크게 볼만한 것이 없어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비구니 한 분이 오시더니, 영어로 뭐라고 말을 거셨다. 잘 알아듣지 못한 나는, 순간적으로 뭔가를 팔려는 것 같다는 생각에 "No, Thanks" 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분은 우리에게 이 쪽으로 오라고 재차 손짓을 하며 재차 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잠시 멍해있었는데, HJ가 그 분의 말을 알아들었다.


"저기서 축복해주려나봐"


그랬다. 수행 중이던 노스님이 우리에게 축복해준다고 비구니에게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스님 앞에서 합장을 하고 무릎을 꿇은 다음, 눈을 감았다. 뭔가 막대기 같은 것이 내 머리를, 어깨를 툭툭 치는 것이 느껴졌다. 막대기의 끝에 있던 물기가 웃에 스며들어 피부에 닿았다.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스님이 손을 달라고 했다. 오른손을 내밀었더니, 갈색 끈으로 된 팔찌를 매어주시더라.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South Korea 라고 대답했으나, 고개를 갸웃거리시던 걸로 보아 우리나라가 어디있는지 모르시던 모양이었다.


나는 최대한 예를 갖추려고 노력했다. 스님이 팔찌를 다 매어준 후, 무릎을 꿇은 채로 다시 한 번 합장을 했고, 일어나서 한 번 더 했더랬다. 그리고 이번에는 HJ의 차례.



태국이나 인도의 스님들은 여성과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있으면

그 분이 평생 쌓아온 공덕이 허물어진다고 생각하신다

성수를 묻힌 막대기(?) 같은 걸로 축복하는 중이나

스님의 얼굴이 흔들려서 너무 아쉬운 사진



내게는 손목에 팔찌를 묶어주셨지만

HJ에게는 손바닥 위에 팔찌를 떨어트리시고는

나를 가리키시더라는



그래서 내가 묶어줬다

얼떨결에 커플팔찌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뭔가 금품성 댓가를 요구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스님에게 예를 차리는 동안에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없더라. 그리고 스님은 정말 아무런 댓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굉장한 경험.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려던 발걸음을 안으로 되돌려 시주함에 얼마인가를 살짝 넣었다.



호랑이 사원을 나와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하니

비교적 최근에 지었거나 보수한 것 같은

화려한 문이 있있고



그 문을 지나니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HJ를 꼬드겨봤으나, 실패

길을 따라 안으로 더 들어갔다



그랬더니 마주친 원숭이

원숭이들이 사람처럼 비닐봉지를 들고

뭔가를 엄청 주워먹고 있었다



그 근처에는 절벽이 있었는데

흘러내리는 물로 약간의 조경을 해놓았다

원숭이랑 사람이 공존하던 공간



그 옆에는 중국식 건물로 보이는 사당이 있었다

천수관음을 모시는 건물이라고 한다

태국식으로 지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용 두마리와 기린 한마리



이 근방을 둘러보면서 HJ에게 산꼭대기에 올라가자고 얘기해봤으나

날이 더워서인지 HJ는 이 쪽에서 쉬길 원했다



마음은 산 꼭대기에 가고 싶었으나

이미 시간이 상당히 지체된 관계로

천수관음 옆에 있는 포레스트 파크를 다녀오기로 했다

꿩 대신 닭으로



호랑이 사원을 둘러보고, 스님에게 축복을 받고, 그 옆에 있는 천수관음상 인근을 걸어다녔다. 관광지이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용해서 좋았다. 그리고 지척에 있는 원숭이들도 너무 신기했다. 먹을 것을 보면 달려들어 낚아 채 간다고는 들었는데, 내가 이 곳에 머무는 동안에는 그런 일은 없었다.


결국 산꼭대기는 못올라갔다. 그런데, 돌아다니다가 천수관음상 인근에서 포레스트 파크로 올라가는 입구를 발견했다. 나는 HJ에게 저기라도 가자고 했으나, HJ는 이 곳에서 쉬겠다고 하며 혼자 다녀와도 괜찮다고 했다. 아마도 날이 매우 무더워서 지친 모양이었다. 나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혼자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고 HJ에게 이야기 했다. 그리고 저 위 사진 속 계단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