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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대만

대만여행 - 타이페이 시먼딩에 있는 용산사의 밤 그리고 아종국수 / 201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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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먼홍루를 둘러보고 보피랴오 역사거리를 지나 용산사까지 걸었다. MRT을 타고 가면 금방인 거리였지만, 걷는 게 더 좋았다. 거리는 중간중간 주거지역으로 보이는 곳이 있기도 했고, 일부는 우리나라의 종로와 비슷한 분위기 였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가 더 깔끔한 느낌이었다. 구석진 곳에서는 동남아의 느낌이 나기도 했다.


용산사는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지 사람도 많았다. 내가 갈 때는 해가 많이 기울어 있던 시각이었는데, 낮에 가는 것보다는 그렇게 느즈막한 시간에 가는 게 더 운치있어 보이는 것 같았다. 타이페이 여행 중이고, 현재 위치가 시먼딩이라면 잠시 둘러보기 좋은 곳. 경내는 그리 큰 편이 아니라서 빠르게 둘러보면 10분이면 충분하나, 나는 천천히 봐서 30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용산사 근처에는 화시제 야시장이 있다.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이 오는 곳이라고 얼핏 들었는데, 용산사를 둘러보고 가봐도 나쁘진 않다. 마사지 숍들이 있어서 피곤하다면 마사지를 받아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길을 걷다보니 용산사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리고 그 쪽으로 따라가니 거대한 공원이 있었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있었다

순간, 탑골공원의 익숙한 분위기가 오버랩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조금 이상한 분들도 계셨던 것 같아서

걸음을 재촉하여 용산사로 다가갔다

사진은 용산사의 입구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해가 기울어 어두워지고 있는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음식을 공물로 바치는 게 참 신기했음



저 공간은 많은 사람들의 소원과 기원과 바램이

간절하고 농밀하게 있는 공간이니까 

조용히 걸으면서 조용히 사진을 담았다

민폐가 되긴 싫었음



그렇게 용산사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시내에 있는 절이라 공간이 좁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산 속에 있는 우리나라의 절이 주는

공간적으로 시원한 느낌은 없었다



밤이 되니 경내에 조명이 켜졌는데

약간 황금빛이 도는 것만 같은 건물이 일품이었다

낮에 오는 것보다는 이렇게 해질 때 오는 게

더 좋은 것 같았음



용산사 입구 쪽에서 바라본 본당

순간적으로 이건 괜찮겠다 싶어서 담아본 사진이다



그리고 용산사를 나왔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아래로 살짝 굽은 용마루와

그와 일체형으로 보이는 치미가 인상적이었다



용산사는 타이페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1738년에 청나라에서 이주한 사람들에 의해 세워져, 그들의 안녕을 무사기원하던 사찰이라고 한다. 오리지널 건물이 남아있으면 좋았겠지만, 지진과 화재로 여러 번 소실되었으나 그 때마다 다시 지어 올렸다고 한다. 현재의 건물은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후인 1957년에 다시 지은 것. 어쩐지 기둥에 조각된 용의 화려함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그리고 근처에 화시제 야시장이 있다는 걸 알고

그 쪽으로 움직이는 중

태국 끄라비에서 봤던 야시장의 느낌일까, 기대했다



이곳이 화시제 야시장의 입구이다

용산사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어차피 숙소로 돌아갈 거, 잠시 들려보기로 했다



야시장은 특별히 볼 게 없었고

나는 지도를 보면서 뒷골목을 걸어서 시먼딩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저녁을 어디서 뭘 먹을까, 싶었는데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서서 뭔가를 먹는 모습을 발견했다

'오늘은 이거다' 싶어, 뭔지도 모르고 호기심에 줄을 섰다

그리고 앞 사람이 주문하는 걸 관찰하고는 주문했다



알고보니 '아종 국수'라는 대만 시먼딩에서

아주 유명하고도 또 유명한 곱창국수 집이었다

나는 모르고 그냥 지나가다가 얻어 걸렸으니 운이 참 좋은 셈이었다

이 아저씨들 일하는 거 보면, 기계처럼 느껴지더라

그릇에 국수 담는데, 3초 정도 걸린다



나는 앞사람이 시킨 것과 똑같이 큰 사이즈를 시켰고

사람들처럼 그냥 길거리에 서서 먹었는데

맛있었지만 천상의 맛까지는 아니었다

명물이니까 한 번 그냥 먹어볼만한 정도



아종국수는, 저 컵 하나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할 정도라서 가성비는 최강이었다. 그리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우선 면은 매우 얇고 부드러워 목넘김이 좋았다. 우리나라의 국수처럼 면이 무겁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국물은 약간 간장 맛이 나기도 했다. 뭔가 비법이 있을테지만, 쌀로 만든 죽에 간장으로 간을 한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간이 적당해서 짜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리고 곱창은 면 속에 여러 개가 숨어있다. 곱창 몇 개 넣어두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 아니라, 곱창이 꽤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국수와 곱창의 조화는 잘 못느끼겠더라. 그래도 맛있었고, 경제적으로 한 끼를 해결했으니 만족.


부른 배를 움켜쥐고 숙소로 돌아가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