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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대만

재물신이 된 관우를 모시는 사당 둘러보기 - 타이페이 행천궁(行天宮) / 201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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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안타이 구춰(林安泰古厝)'를 나와서 걸었다. 어차피 버스나 MRT를 타려면 걸어야 했기에, 왔던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그래서 린안타이 구춰 맞은편에 있는 신생공원(新生公園)을 끼고 돌았다. 그렇게 얼마인가를 걸으니, 사람이 복작거리는 곳에 이르렀는데, 그 시내 한복판에 사당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뭔가 하고 봤더니, '행천궁(行天宮)'이라 쓰여 있었다.


헐, 행천궁이라니! 사실 여행 가이드 북에서 보기는 했지만, 굳이 가볼 중요성까지는 못 느껴서 그냥 스킵하려고 했었는데.. 역시 사람 일은 정말 어찌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여기서 이렇게 마주할 줄이야.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여튼 마주하게 되었으니까, 들어가보기로 했다.


행천궁은 중국 삼국시대의 명장, 관우를 모시는 곳이다. 삼국지에서 관우는 무장이었지만, 현재 중국에서는 재물신으로 알려져 있다. 관우가 본격적으로 신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건, 북방의 오랑캐가 세운 청나라가 중국 중원을 장악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라고 한다. 청나라는 문(文)에는 공자, 무(務)에는 관우를 내세워 한족들을 다스렸다고..



해가 완전히 지고 어두워졌지만

조명을 강하게 쏴서 건물이 잘 보였다

하늘로 솟아 오르는 듯한 지붕의 곡선이 인상적



중국인답게 여기저기 쓰인 붉은색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용각사만큼이나 건물과, 기둥과, 처마, 들보 등이 화려했다

가운데에 '행천궁'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행천궁의 안으로 살짝 들어가봤다

큰 공터와 그 공터를 덮고 있는 지붕이 있었는데

지붕 아래에서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행천궁의 한 켠에는 이렇게 비구니(?)들이

향 연기를 사람들에게 쐬어주고 있었다

저 연기에 신비로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행천궁 안에 모셔져 있는 관우

대추같이 붉은 얼굴과 긴 수염이 멀리서도 보였다

소설 속 인물이 신이 되어 내 앞에 있으니

묘한 기준이었다



붉은 무릎 보호대 위에 무릎을 꿇거나

때로는 절을 하면서 기도하던 사람들

행천궁 경내는 유명세에 비하면 작은편이었다



행천궁 뒤쪽에서는 경전을 공부하는 듯 했다

그런 풍경이었다



그렇게 한 번 쓱 둘러보고 행천궁을 나왔다

관광객이 구경을 하고 있으려니

괜히 열심히 살고 기도하시는 분들에게 미안해져서



사실 이 곳은 역사적인 곳은 아니다. 1965년에 지어졌다고 하니까 오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 특이한 게 있다면, 현금이나 재물성 시주를 일절 받지 않는다고 한다. 카톨릭조차도 헌금을 내는데 이 곳은 현금은 물론이거나와 금/은과 같은 귀금속도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외부에서의 모금활동 같은 것도 하지 않으며, 오로지 참배객이 가져온 과자나, 음식, 꽃 등으로 공양이 가능하다고 한다.


왠지 뒤에 자금을 대주는 거대한 손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행천궁 자체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니, 종교적인 의미에서는 더 잘 맞는 듯하다. 여튼, 잠시 행천궁을 둘러보고 융캉우육면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