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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들의 기록

날이 맑았던 초봄의 3월, 소소했던 남산 데이트 / 201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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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운전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보통 HJ와 데이트를 하면 10번 중 9번은 차를 가지고 나가는 편이다. 차가 있으면 편하기도 하지만, 그게 또 반복되면 무료함이 되어버리는지라, 이 날은 차없이 데이트를 했다. 가끔은 HJ도 차없는 데이트를 하길 원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날은 남산에 가기로 했는데, 서울 시내에 차를 가지고 가는 게 현명한 게 아닐 뿐더러, 남산은 주차할 곳이 딱히 없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서 대중교통을 타고 남산으로 갔다. 우선은 버스를 탄 다음에 남산도서관 앞에서 내렸다.



버스를 타고 남산 도서관 근처에서 내렸다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



HJ의 징징거림(?)을 한 귀로 흘려들으면서

이야기를 하며 장난을 치며 산 위로 올라오니

탈을 쓴 장승이 유쾌하게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HJ의 사진을 찍어볼까 싶어

카메라를 들었더니

몸을 황급히 틀어 카메라를 피하는 HJ



시간차 카메라 들이댐으로

포착에는 성공했으나 초점이 엉뚱한 곳에 맞았다

X100T는 5D MK3만큼 빠르지 않더라



드디어 남산 정상에 올라왔다

우리는 타워보다도 바로 전망대로 다가가

서울을 내려다봤다



역시 서울의 명소인지라 사람이 제법 많았고

외국인들도 상당히 눈에 밟혔다



한편 바람에 날리던 머리가 귀찮던 HJ는

머리를 묶기로 결심하는데

머리를 묶는 중에 카메라를 들이대니

이건 피할 방법이 없다

'찍지마'라고 말하는 얼굴표정



서울의 빌딩 숲

저 안에서 우리는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다

문득 3자의 시선으로 보면 느낌이 묘할 때가 있는데

저 풍경을 바라볼 때가 그랬다



목에 건 카메라로 사진을 담고 있는데

넥스트랩의 길이가 짧다(?)



저 쪽은 사람이 많아서 가기가 꺼려졌으나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 가봐야지 어쪄랴



묘한 대비를 보이는

티켓 부스를 지나



테디베어가 전시되어 있던 가게의 쇼윈도를

아주 잠시, 찰나의 순간으로 구경했다



그리고는 남쪽에 있는 전망대에서

또 다른 서울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강남이 신기했다

순간적으로 모든 걸 초탈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있던

아파트 숲 빌딩 숲이지만

이렇게 보니 모든 게 공허하기만한 느낌



서울타위 티켓 부스 뒤쪽으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 올라가보니

온통 자물쇠 세상이었다



사랑의 자물쇠

어쩌면 상대의 마음이 변할까봐 두려운

무의식 중의 불안감을 감추기 위한 행동이 아닐까?

주변의 커플들을 보니 이 또한 허무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이런 거 안함 ^-^



하트의 몸통에 사랑한다는 글이 써진

조형물이 있어서 살포시 담아봤다

화각 때문에 이정도가 한계였음



타워에 올라가진 않을거고

남산 구경도 했으니까 살살 내려가볼까나



올 때는 남산도서관에서 걸어 올라왔지만

내려가는 건 버스를 타고 삼청동으로

가서 뭔가를 먹기로 했다



우리는 삼청동에 있는 천진포차로 이동해서

6천원짜리 '차오면(볶음면)'을 시켰고



만두국인 '훈톤탕'도 시켜서 나누어먹었다

이 집은 HJ가 좋아하는 집 중 하나라서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옆 집에서 지짐만두도 하나 사와서 함께 먹었다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이었음



천진포차에서 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 보니까, 바로 앞에 츄러스를 파는 집이 있어서 잠시 고민했다. 혼자였다면 바로 두 개를 사먹었을텐데, 옆에 있는 HJ의 눈치를 한 번 보고 나서야 겨우 하나 사먹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더라.


한편, 차가 없으니까 없는대로 재미있게 놀 수 있어서, 종종 차 없이 데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데이트를 곱씹어보면 또 다시 원래대로 차를 가지고 나갔던 게 대부분이다. 운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차를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 혹시라도 술을 좋아한다면 차를 두고 다니겠지만, 술을 싫어하는 편이라 으음..


그리고 나중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타워 위로 올라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