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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06 영국

영국 브라이튼 어학연수 시절에 처음으로 살았던 집 / 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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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영국의 브라이튼(Brighton)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었다. 그리고 아래는 처음 한 달간 살았던 집에서 담은 몇 장의 사진이다. 다른 사진을 더 찍어뒀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이 사진이 전부이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그 때 이야기를 잠시 적어보려 한다. 더 시간이 지나면 많이 까먹을 것 같아서.


이 집은 내 영국 생활의 첫번째 집으로, 터키 아줌마 자넷(Janet)이 사는 집이었다. 그녀는 약간 까무잡잡한 긴 얼굴을 가진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터키어-영어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고 있었지만, 그녀의 일상은 TV를 보거나, 누군가와 터키어로 전화를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보니, 약간 히키코모리 같기도 하다. 항상 커튼을 쳐서 어두운 거실에 앉아 있었으니까. 내 룸메이트가 말하길, 그녀는 여기서 돈을 벌어 터키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다고 했다.


이 집은 거실 하나와 방 하나의 구조였다. 방은 좁은 편이었고, 붙박이장과 침대가 있을 뿐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 방에는 인도인 남자 가루프(Garuf)가 먼저 세들어 살고 있었다. 그는 브라이튼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으며, 나는 그의 룸메이트였다. 그는 내게 상당히 친절했고, 배려를 많이 해주었다. 그리고 굉장히 웃겨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서툰 내가 박장대소하고 웃을 정도였다.


한편 방 하나 뿐인 이 집에서 남자 둘이 세들어 살면서 방을 썼고, 정작 주인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거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 집의 주소는 28 Upper Rock Garden, Brighton, UK 이다.



친구에게 쓴 엽서를 보내기 전에 사진으로 담았다

영국에서 한국으로 연락은 이 엽서 한 번과

다른 엽서 한 번으로 완전히 끊어버렸다



브라이튼의 상징과도 같은 '로얄 파빌리온(Royal Pavilion)'

입장료가 비싸다고 생각해서 결국 저 안은

들어가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건 그 당시에도 꼭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접시다

나는 하루 두 끼를 샌드위치를 먹으며 몇 달을 살았는데

그 안에는 코울슬로와 슬라이스 햄 한 장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샌드위치를 항상 이 접시에 담아 먹었다



한국에 있는 친구에서 두 번째로 보낸 엽서

이걸 마지막으로 한국의 친구들에게는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다

특히 이 때는 싸이월드가 한창이었는데, 절대 안했음



나와 가루프가 쓰던 2층 침대인데

내가 사용하던 윗층 부분의 사진

지금 보니, 이불 정리를 하고 담을 걸 싶다



거실에 있던, 내가 공부하던 테이블

책상 같은 게 없어서, 저 빈의자에 앉은 후

허리를 틀어서 공부를 했으니, 여건은 좋지 않았던 셈



방에 있던 붙박이 장이다

옷걸이 아래에는 수납 공간을 뒀다

화장품과 책과 휴지 등 모든 물건을 두던 곳



사진이 많지 않은데, 이게 며칠 동안 찍은 모든 사진이다. 더 담았으면 좋았을텐데, 아마도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나 싶다. 사전에 영어공부를 거의 못하고 와서 영어를 잘 못했었고, 거의 처음 나오다시피한 외국이라 매사에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지나간 순간이 되었다. 이 세상에서도 사라지고, 오로지 이 사진과 내 머리 속에만 남아 있구나.


기억을 되뇌일 수는 있지만, 뭔가를 분명하게 잡아낼 수는 없다. 글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몇몇 이미지와 느낌이 생각날 뿐이다. 정리를 너무 늦게 한 것 같지만, 더 늦기 전에 한 게 어디냐며, 위안삼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