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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5 이탈리아

이탈리아 파르마(Parma) 골목골목 헤집고 다니기 / 201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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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마(Parma)의 두오모 광장(Piazza del Duomo) 근처에 있는 티파니(Tiffany)라는 바 겸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던 베네치아(Venezia)와 다르게, 파르마는 매우 조용했다. 마치 도시 자체가 마치 죽은 것 같았다. 사람도 별로 없고, 상점도 대부분 문을 닫았으며, 거리에는 차도 별로 없었다. 아무리 일요일이라지만, 비 정상적이었다. (나중에서야 우리가 시에스타 시간에 돌아다녔음을 알게 되었다.)


이 날은 유럽의 이상고온 때문에 말도 못하게 더웠다. 평년 기온보다 10도 이상 높아 온도는 39도에 이르렀다. 식사를 마친 후 밖으로 나가야 했지만, 솔직히 엄두가 안났다. 여행이고 뭐고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파르마에 있는 건 오늘 하루 뿐이고, 또 언제 여길 오겠는가 싶어 늘어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다시 두오모 광장 쪽으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날도 덥고, 묘하게 일그러져 공간 때문에 사진이 죄다 틀어져서 찍힌 곳이라 상당히 힘들었던 곳이었다.



파르마의 세례당(Battistero di Parma)을

느긋하게 둘러봤다, 사진이 역광이라 그런데

실제로 보면 건물이 핑크핑크 하다



양산을 쓰고 사진을 찍는 HJ

그나마 몇 있는 사람들은 그늘에 붙어 있어서

광장을 돌아다니는 건 우리 뿐이었다



저 핑크색 대리석은 베로나(Verona)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세례당 건물 자체는 1270년에 완공되었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건물이다



파르마 두오모 광장의 HJ

더위에 약한 체질인데도 불구하고 함께 잘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고맙기만 하다



양산을 쓰고 사진 찍기는 어려운 일



파르마 대성당의 일부와 파르마 세례당의 일부를 배경으로

HJ의 사진을 담았는데, 절묘한 순간에 뒤로 자전거가 지나갔다



파르마 두오모 광장을 잠시 둘러보고서는

'산 조반니 에반젤리스타 성당(San Giovanni Evangelista)' 쪽으로 향했다

여행을 하기 전부터, 이름이 너무 예뻐서 가보고 싶었음



파르마 대성당을 왼쪽에 낀 골목을 걸었다

산 조반니 에반젤리스타 성당은 파르마 대성당 바로 뒤에 있어서

벌써 저 앞에 성당 일부와 종탑이 보였다

Str. del Consorzio



파르마 대성당(Cattedrale di Parma)의 측면

이 건물은 세례당(Battistero di Parma)보다 더 오래되었다

1178년에 완공된 건물



골목에서 대성당 측면을 마주하고 있는 건물의 문

Seminarium 이라 쓰인 거대한 나무문이 있었는데

뭔거 세미나 실 같은게 아닐는지



이탈리아 파르마의 골목

Strada S. Nicolo



그리고 이 무더운 날 이윽고 마주한

'산 조반니 에반젤리스타 성당(San Giovanni Evangelista)'

대성당을 보다 봐서 그런지 작고 아담했다



더위에 지쳤는지

길 한복판에 그냥 앉아버린 HJ



"...더워.."



아쉽게도 이 성당도 다른 곳들 처럼 문이 닫혀 있었다

성당이 독립 건물이 아니라 수도원과 붙어 있어서 아쉬웠음

산 조반니 에반젤리스타 성당 (San Giovanni Evangelista)



HJ는 아직도 길가에 앉아 있었다

사람은 물론 개미 한 마리 없던 거리



산 조반니 에반젤리스타 성당 (San Giovanni Evangelista)

성당 건물 자체는 1500년대 초에 지어졌는데

흔히 파사드(Façade)라 불리는 전면의 대리석 장식은

그후 약 100년 후에 완공되었다



왼편에 붙은 건물은 수도원 건물이다

성당도 성당이지만, 사실 수도원의 규모가 더 크다

이 수도원에서는 수도사와 순례자를 위한 약국이 생겨나

민간에도 개방되어 1896년까지 운영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면,세계 최초의 약국이 될 수 있었을 곳




성당에 들어가서 둘러보고 싶은 마음을

아쉽게 꾹꾹 누르고서는 길을 걸었다

Borgo del Correggio



걷다가 이런 예쁜 집도 봤다

사람이 안보였지만 이런 걸 보니

사람이 살긴 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우리는 산 조반니 에반젤리스타 성당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성당만 보고 수도원은 둘러보지 못했는데

그 수도원의 벽이 이 사진 왼쪽에 있는 벽



Borgo Retto



오래지 않아 우리는 작은 공원에 이르렀다

누군지 잘 모르겠으나, 그를 기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Piazza Salvo D'Aquisto



그리고 이탈리아에 와서 거의 처음 보는 듯한 녹음

도시에는 우리나라보다 녹지가 없는 느낌이었다

나무그늘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그리고 그 맞은 편에 있는 작은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 속의 건물은 1600년대에 세워진 건물인데

현재는 '음악 학교(Casa della Musica)'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맞은 편에서

폐허가 된 거대한 이 성당을 발견했다

산 프란체스코 델 프라토 성당

(Chiesa di San Francesco del Prato)



이 성당은 파르마 대성당만큼이나 더 유서깊고 의미있었으나

나폴레옹이 이 곳을 점령한 이후 감옥으로 바뀌었다

정면에 보이는 직사각형은 사실 수감자가 있던 방의 창문이다

원래는 벽이었으나, 감옥으로 바뀌면서 뚫렸다



파르마 대성당 앞에 있는 세례당 안에 들어가보면,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프레스코 그림으로 벽들이 장식되어 있다. 사실 그 그림들은 이 '산 프란체스코 델 프라토 성당 (Chiesa di San Francesco del Prato)'에 그려져 있던 프레스코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유사하게 그린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그림이 훼손되었지만, 다행히도 메인 제단에 있던 그림은 복구되어 파르마 국립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작품 이름은 'The Concession' 그림을 그린이는 Girolamo Mazzola Bedoli 이다.


아울러 세례당은 8각형 건물이지만, 내부 천장은 쿠폴라(Cupola : 돔의 다른 말)로 되어 있다. 그 돔에는 마치 우산살처럼 뼈대가 있고 그 뼈대는 벽을 타고 땅으로 내려와서 박히는데, 이 또한 이 성당에서 차용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항상 잘 관리된 성당만 보다가 이렇게 망가진 성당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아팠고, 어서 복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 프란체스코 델 프라토 성당 바로 옆에 있는 저 건물도

원래는 성당의 부속 건물 같은 느낌이었다

파사드만 노란색으로 얹어 놓았다

현재는 '소리 박물관(Casa del Suono)'으로 쓰인다



마치 부라노섬을 연상하게 하던 알록달록 함

하지만 거리에는 사람이 없어서

도시 하나를 전세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길을 걷다가 썬팅이 굉장히 진하게 된

어떤 상점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우리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비쳐져서 사진을 담았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한 장 더 담았다

나중에 사진을 본 HJ는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거리를 걷다가 어느 집 창문 화단에 있던 꽃

알록달록한 것이 지금의 무더움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무더운 날씨에 짜증도 나고

체력적으로 힘도 들고 했을텐데

밝게 여행한 HJ에게 새삼 고맙다



파르마(Parma)는 사실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우선 파마산 치즈의 고향이고, 프로슈토가 특산품인 곳이다. 그리고 오페라와 많은 연관이 있는 곳이라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파르마 대학교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도시가 자그마한 강을 끼고 있고, 평야 지대인지라 청동시 기대 이전부터 사람이 정착하고 산 흔적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현재의 두오모 광장에서 공동묘지의 흔적이 발견되는데, 그 시대가 기원전 15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기원전에 이미 로마의 식민지가 되어 도시로 건설된 곳이라, 로마 만큼이나 굉장히 오래된 곳이다. 중세에는 도시 전체가 성벽으로 둘러쳐져서 보호받고 있었으나,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성벽은 모두 헤체되어 그림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그 덕에 모든 볼만한 것들이 도보로 이동가능한 거리에 밀집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