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유리가 대중화 되었고, 대량생산이 되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이지만, 옛날에는 아주 비싼 사치품이었다. 특히 베네치아 무라노 섬에서 만든 유리 제품은 전세계 유리 중에서도 최고급 제품이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부가티 등 정도가 되려나.
오죽하면 베네치아 공화국이 유리 제작/가공 기술 유출을 우려해, 모든 유리장인들을 무라노 섬에 5백여 년간 가둬놓았을까.
그런 '무라노 글라스(Murano Glass)' 제품을 지난 2015년 여름 이탈리아 여행 중에 구경하다가 구매했다. 우리는 접시를 샀는데, 베네치아 시내에 있는 기념품 가게 같은 곳에서 사지 않고, 직접 무라노 섬으로 들어가 유리공방에 딸린 샵에서 직접 구매했다. 한국까지 가져오는데도 성공해, 햇수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 원래 사려고 한 건 아니었고, 구경만 하려 했는데, 정신 차리고 나니 손에 쇼핑백이 들려 있었음. ㅋ
오래전부터 이 접시를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겨우 정리해본다.
이 아이는 테두리가 물결치는 아이다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화사하고 예쁜 녀석이다
옆에서 본 물결 무늬
(원근감의 왜곡인지, 접시가 작게 나왔음)
저 작은 네모, 동그라미, 꽃 같은 거 하나하나가
작은 유리 조각들이고, 그걸 하나로 모아서
수작업으로 접시를 만들었다
디테일을 보면 아주 앙증맞고 발랄하다
조그만 개구장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와글와글 떠드는 듯한 그런 느낌
접시를 뒤로 돌려보면 접시를 이루고 있는
작은 유리조각이 조금 더 잘 드러난다
뒷면은 앞면처럼 매끈하지 않고 약간 거칠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손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감이 있다
무라노 글라스 인증 스티커
중국산이 아닌 진짜 무라노 글라스는
계산할 때 이렇게 스티커를 붙여준다
그리고 이건 내가 '드 비아시(De Biasi)'에서
처음으로 골랐던 아이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서 완벽한 원형이 아니다
앞서 소개한 접시와 마찬가지로
작은 원형 유리 조각을 모아서 접시를 만들었다
그리고 금박을 찢어 그 위에 입혔다
한가운데에는 꽃이 앙증맞게 피어 있다
그리고 그 주위를 더 앙증맞은 꽃들이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다
금박 때문에 더 화려한 디테일
금박때문일까?
왠지 비잔틴 느낌이 나는 듯
개인적으로 너무 예쁘다
이 접시를 구성하고 있는 꼬마 유리가 원형이고
그 사이사이를 투명 유리가 채우고 있기 때문에
조명을 받으면 이렇게 빛을 투과 시키면서
아른아른한 멋진 모습을 만들어낸다
이건 옆모습
뒤집어 놓으니까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인데..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오버랩되는
이 접시를 뒤집어서 보면 꼬마 유리들이 더 잘 보인다
먼저 저 동전 같은 유리를 하나하나 제작하고
그것들을 하나로 모아서 접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디자인이 유니크하다
이것은 같은 디자인의 다른 색의 접시다
제작 방법도 동일하지만,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 파란 아이는 클래식한 그런 느낌인데
이 아이는 주황색이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가볍고 밝고 발랄한 느낌이다
이 아이는 작은 동전 같은 조그만 유리가
옆으로도 서 있는 모습이 있어서
마치 투명한 얼음 속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잘 보면 유리의 층이 여러 겹이다
그리고 그 작업들이 잘 드러나게 제작했다
수제작의 묘미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뒤에서 보면 이런 모습
아까 파란 접시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우리집에서는 이 무라노 글라스 접시들을
이렇게 보관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하나 같지만
뒤로 두 개가 더 포개어져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