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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7 뉴질랜드

뉴질랜드 남섬 여행 - '와나카 알파인 롯지(Wanaka Alpine Lodge)' 특별한 추억이 있는 와나카 숙소 /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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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준비하면서 '와나카(Wanaka)'에 마땅한 숙소가 없어 고민이 많았다. 와나카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결국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B&B를 예약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시내에서 떨어져봤자 차로 5분 정도 거리였고, 와나카의 명소 중 하나인 '퍼즐링 월드(Puzzling World)'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오랜만에 B&B(Bed & Breakfast)에 묵는 날이 되었다.


이 곳은 퇴역 군인인 마이크 할아버지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런데 사장님 차가 아우디 A7과 마쯔다 CX-5라는 것만 봐도, 그리고 집의 외관만 봐도 상당히 잘 사는 집인 걸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숙소는 때타기 쉬운 흰색을 메인 컬러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는데, 욕실 귀퉁이에도 곰팡이 하나 없었고, 흰 벽지나 가구 등에도 티끌 하나 없었다. 여행하면서 여러 숙소를 다녔지만, 그 어느 숙소보다도, 심지어 우리집보다도 깨끗했다. 혹시 사장님이 결벽증이 있나 의심될 정도였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매우 젠틀했다. 체크인을 하면서 말을 많이 걸어오셨는데, 우리집 주소에 현대(Hyundai)가 들어가는 걸 보고,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냐고 물어보시기도 하셨고, 우리가 영어가 서투르니까 엄청 천천히 또박또박 이야기를 하셔서 인상적이었다. 단 한가지 아쉬웠던 건 조금 비싼 가격. 그 외에는 모든 게 너무 좋았다.



와나카 알파인 롯지

Wanaka Alpine Lodge



그냥 딱 봐도 잘 사는 집 같았다

왼쪽에 빨간 마쯔다 SUV는 사장님꺼

그리고 차고 안에 있는 아우디 A7도 사장님꺼



저 공용현관을 기준으로

왼쪽은 사장님 공간이고

오른쪽은 여행자들의 공간이었다



엄청 친절한 할아버지 사장님과

체크인 절차를 마치고 방으로 가는 복도

우리가 영어에 익숙지 않으니

말도 천천히 해주셨고, 아주 젠틀하셨음



사장님은 60대 중반의 할아버지였는데

영국 출신의 퇴역 군인이셨다

이건 복도에 걸려있던, 현역 시절의 초상화



아울러 군생활을 하면서 받은

휘장, 견장, 훈장 등 각종 장들을 표구해놓았다



그 맞은 편엔 작은 야외 욕조(?)가 있었으나

우리는 사용할 시간이 없었다



무리가 머물렀던 방의 침대

이 방의 모든 것이 아주 깔끔했다

우리집보다도 더 깨끗했다



화장실도 티끌 하나 없었고

타일의 시공과 마감도 너무 잘 되어 있었다

이래서 후분양제를 해야 한다

요즘 건설사들은 너무 개판이다



화장실 세면대 아래에 있는 서랍을 여니

휴지, 티슈, 비누, 머리망, 드라이기가 있었음

심지어 속도 얼룩 하나 없이 깨끗했다



다른 각도에서 본 침대

침대의 퀄리티도 아주 좋아서 놀랬다

우리집 침대랑 별 차이 안나는 것 같았음



침대 바로 옆에는 약간 낡았지만

잘 관리된 검정색 쇼파도 있었다



침대에서 바라본 모습은 대강 이정도

왼쪽의 문은 출입문이고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문은 옷장이다



옷장 속에는 옷걸이, 샤워 가운

그리고 다리미 등이 있었다



방의 한 켠에는 테라스 겸

공동 현관을 통하지 않고 방을 드나들 수 있도록

독립된 다른 출입문이 있었다

그 앞에 놓여져 있던 작은 테이블



우리는 시내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소고기랑 우유랑 기타 등등을 사며 장을 본 후 체크인을 했다. 그때까지 우리는 이 곳이 B&B 라는 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체크인 할 때서야 화들짝 놀라듯 깨닫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B&B 에서는 조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환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영수증을 찾는데, 아뿔싸! 내가 아까 그 영수증을 버려버렸구나..


환불을 못해도 대부분의 물품은 괜찮았지만, 소고기와 우유와 같은 신선 식품은 보관하기가 난감했다. 방에 냉장고는 따로 없었고, 거실에 공용 냉장고가 있긴 했으나, 와인이나 물 정도를 넣는 투명한 미니 냉장고라서, 이런 걸 넣어 놓기가 조금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이걸 버려야 하나 어쩌나, HJ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했고, 결국 주인 아저씨에게 그냥 주기로 했다.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행히도 아직 냉기가 남아 있었고,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주인 아저씨를 찾아서 자초 지종을 설명했다.


Lifephobia : "우리가 개별 조리가 되는 줄 알고, 이걸 샀는데.."

사장님 : (아주 젠틀하고 인자하게) "으음, 얼음이 필요한 거니?"

Lifephobia :"아니, 그게 아니라.."

사장님 : (아주 젠틀하고 인자하게) "아아.. 냉장고에 보관해 달라고?"

Lifephobia :"아니, 그게 아니고.."

사장님 : (동공지진이 일어나며, '이 새끼들 원하는 게 뭐지?' 라고 생각하는 게 눈으로 읽혀짐)

Lifephobia :"이거 그냥 가지세요. 마트에서 산지 얼마 안되었고, 만져보면 아직 냉기가 있어요."

사장님 : 아아, 고마워. (사장님 감동 받는 게 눈에서 읽혀짐)



그렇게 소고기와 우유를 선물(?)로 주게 되었다

잠시 후 사장님이 문을 두드려 문을 열었더니

한국산 사발면 2개와 간장을 주셨다

이 부분에서 우리도 감동했음



다음 날 아침, 식사 시간

우리보다 먼저 와 있는 노년의 두 부부

미국에서 왔다고 했다



테이블에 앉고 나서야

사장님이 영국인이라는 게 생각났다



역시 식사는 전형적인 영국식 아침식사였다

시리얼, 토스트, 베이컨, 계란후라이 등

오랜만에 먹는 영국식 아침이었는데

소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



와나카 알파인 롯지

Wanaka Alpine Lo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