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걸었던 강화나들길 4코스

2018.10.03 02:08

강화나들길 4코스를 걸었다. '해가 지는 마을길'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길이었다. 아마도 걷다 보면 노을이 예쁘게 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길의 후반부는 강화도 서쪽 바닷가를 그대로 따라가더라. 날이 좋은 날, 느지막이 걸으면 예쁜 노을을 볼 수 있었을 테지.


하지만 내가 걸었던 날은 구름이 가득한 날이었다. 그래서 멋진 노을은 기대하지 않았다. 게다가 내 스케줄과도 맞지 않아서 한낮에 걸었다. 그래서 이 길의 정수를 느껴보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적하고 편안하게 걸었다. 거리도 이전 코스에 비해 짧은 편이라 체력적으로도 덜 힘들었다.



강화나들길 3코스 종점이자

4코스의 시작점



4코스의 이름은 '해가지는 마을 길'이라

늦은 오후에 걸어야 제 맛일 것 같았지만

나는 그냥 점심 즈음에 걸었다



지난 번 3코스 돌 때 지나기도 했던 '가릉'

고려 24대 임금인 원종의 아내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솔잎이 마치 카펫처럼 깔린 길을 걸었고

여기까지는 참 좋았다



그러나 인적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니

점점 관리가 안되는 부분이 많아졌다

나중에는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

이후 코스의 일부는 길 안내가 잘 안되어 있었고

비닐하우스 공사 때문에 통제된 곳도 있어서

그냥 마을로 내려가 차도를 따라 걷기로 했다



마을을 지나면서 담았다

대충 놓인게 뭔가 힙한 느낌



고려 왕릉이 모여 있는 곳이라 그런지

이 마을 이름은 '능내리'라 한다

마을 회관 그리고 당산으로 추정되는 큰 나무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을 너무 좋아한다



이 모습을 보고는 산길로 가지 않은 게

되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낡아 빠져 을씨년스럽지만

내겐 너무 멋진 모습



원래는 진강산 둘레를 따라가야 했으나

나는 능내리 마을 회관 앞에서

강화 남로를 따라 걸었다



너무나도 멋진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나중에 이런 집 사진만 모아서

전시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선시대 양명학의 대가였던

이제두의 묘



일부 길은 이렇게 차도를 따라

걸어야 해서 위험했다

노랑노랑한 금계국을 보며 걸었음



하우고개를 지나 건평로로 접어드는 길

학생들이 그린 듯한 마을 입구 벽화



사진을 어둡게 보정해서 그렇지

아주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

이런 집을 지날 때면 더 가까이 가고 싶은데

소심해서 그냥 겉만 보고 지나가곤 한다



이미 강화도의 많은 집들은

사진처럼 현대화가 많이 되어서

내가 좋아하는 낡은 집은 찾기 어려웠다



옛날에는 저 낡은 집이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뒤로는 단독주택이 올라가고 있었다



어렸을 때 두어번 가봤던

전북 정읍의 외갓집 풍경과

비슷한 느낌이라 생각되는 모습



조선 후기 천재라고 불리던 이건창의 묘

만 14세에 과거 급제한 이력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어린 기록이다

대쪽 같은 암행어사로 알려져 있으며

갑오개혁 이후로는 모든 관직을 거부하고

고향인 강화로 내려와 이 곳에 묻혔다



똑같은 집 3채가 있었는데

되게 꼼꼼하고 튼튼하게 잘 지어서 인상적이었다

요즘 아파트들은 선분양이라 대충 짓기 때문에

품질은 이보다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다보니 강화도 서쪽 끝에 이르렀다

건평나루 라고 하는 작은 곳



강화도는 조선의 국영 말목장이 있던 곳이었다

특히 세종대왕은 강화도 전체를 말목장으로

만들고 싶어했으나, 신하들의 반대에 무산되었다

그 대신 강화도 여러 곳에 말목장을 만들었는데

그 중 진강산의 진강목장이 가장 컸다

이후, 효종이 가장 아끼던 명마

'벌대총'이 이 진강목장에서 키워졌다

이 말 조형물은 그 벌대총을 기린 것



날이 흐린 날이라 부옇게 보인다

저 멀리 있는 섬은 석모도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 '귀천'은

이곳 강화도 건평항에 있는 주막에서

박재삼 시인과 막걸리를 마시다가 쓰여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 그를 기리는 동상이 있다



이런 길을 걸었다

자전거 도로이지만 자동차가 다니는 길과

분리되어 안전하게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절벽을 만났다

그냥 추측이지만 채석장으로 쓰이던 곳 같았다

이 또한 잘 가꾸고 다듬으면 절경이 될 수 있을지도



저 멀리 강화나들길 4코스의

도착지점인 외포리가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석모대교와 주변 풍경



외포리에 있는 여객 터미널을 지났다



터미널 주변은 음식점과 모텔과

수많은 상점들이 영업 중이었다

최종 목적지까지는 조금 더 걸어야 했다



썰물에 드러난 외포항의 뻘과

잠시 쉬고 있는 고깃배들

한 켠에는 갈매기 무리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강화 나들길 4코스의 종착지

아마 5코스와 16코스가 만나는 곳인 듯



그런데 정작 4코스의 도장을 찍는 곳은

외포리 여객 터미널 왼편에 있었다

하지만 관리가 전혀 안되어

스탬프는 마른 지 상당히 오래되어 보였다



강화나들길 4코스

해가지는 마을 길



여행 일자 : 2018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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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pho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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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고, 사진찍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필름 카메라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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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0.08 18:17 신고

    오래된 집은 저희 동네에도 꽤 많은... ㅋㅋㅋ 저런 느낌은 아니지만요.
    낡은 콘크리트 빌딩이 공사 방치된 채로 늘어져 있어요ㅎㅎㅎ
    저는 하단의 뻘사진이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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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0.22 20:37 신고

      저는 40-70년대 지어진 집이 너무 좋아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낡은 집만 찍어볼까,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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