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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3 보스니아 &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여행 - 뷰렉 맛집 추천, 베지스탄, 마드라싸, 그리고.. / 201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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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불꽃(Eternal Frame)'를 뒤로 하고 길을 걸었다. 이윽고 익숙한 길이 나타났다. 이제는 굳이 지도를 보지 않아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머리 속에 그려졌다. 한편, 빗방울이 계속 흩뿌리고 있었지만, 아직은 맞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숙소에서 쉴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 시간이 아까워 조금 무리하자는 생각으로 더 다니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잠깐 숙소에 들어가 쉬었다가 나왔다)



다시 걸어걸어 Ferhadija 거리로 돌아왔다

시간이 모자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남아서 당황했다

온종일 흐리던 하늘에서 이윽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나는 우산이 없었다



시내 중심에 있던 'Jesus's Heart 성당'을 지났다

세르비아 정교회 성당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단정해 보였다

다른 곳의 성당보다 덜 화려하다는 느낌도 들고

그러나 보스니아의 로마카톨릭 성당 중에서는 제일 크다고 한다



전쟁으로 파괴되었지만 약 20년이 지난 아직까지 복구되지 않은 건물

얼핏봐도 무너지지 않을까, 위태위태해 보이던 건물이었다



어제 걸었던 '사라치 거리(ul. Saraci)'를 다시 걸었다

상점 유리에 걸쳐있는 나무 벤치는 이슬람의 상점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여행자들이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저런 의자에 앉아서 쉬는 사람은 거의 못봤다



오른편에 있는 건물이 '모리카 한(Morica Han)'



스플리트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인 요스코가 말하길

'사라예보에 가면 뷰렉(Bureg)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말을 따라 식사로 뷰렉에 도전해봤다

흰 크림은 샤워크림(옵션)이고, 전체적으로 맛은 만두와 매우 흡사했다



뷰렉을 먹으면서 바라본 바깥 풍경

솔직히 말하자면, 추위에 지쳤고, 걷기에도 지쳤으며

비도 피하고자 했던 꼼수로 식사를 택했던 것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었다



내가 뷰렉을 먹었던 식당, 완전 강추!

'Buregdzinica Bosna'라는 이름의 식당인데,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추측컨데 '보스니아에서 뷰렉파는 집'이 아닐까 싶었다

이 집은 바쉬차르쉬야 지역의 오른쪽 끝에서 조금 못미친 지역에 있었다



다시 서쪽으로 되돌아왔다

이 길의 이름은 Gazi Husrev-Begova

이 때의 나는 시간은 많은데, 갈 곳이 없어 방황하기 시작했다



'베지스탄(Bedesten) 전통시장'의 내부 모습

주로 가짜 명품과 보세 가죽제품과 옷을 주로 팔았다

거리는 제법 길었지만, 그에 비해 딱히 살만한 게 없어서 아쉬웠다

오랜 전통에 비해 그 명성을 많이 잃은 듯 했다



'베지스탄(Bedesten)'의 입구

이슬람 문화권의 전통적인 시장인데

이제는 전세계를 통틀어도 남아 있는 곳이 몇 안된다고 한다



베지스탄 옆에 있던 파괴된 유적

그리고 시장에서 나오던 엄마와 딸

사진이 작아서 안보이는데, 저 딸아이가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언젠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묵었다고 하는 유럽 호텔이다

굉장히 고급호텔이고, 바쉬차르쉬야 지역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한편, 내 호스텔인 'Residence Rooms' 는 이 호텔 근처에 있었더랬지



돌아다니다 보니, 마르크가 모자라서 이 은행에서 환전을 했었다

여느 은행처럼 청경이 있었고, 환전을 하려 한다고 하니, 창구로 안내해줬다

유럽 호텔의 맞은 편에 위치해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 숙소에 가서 잠시 쉬었다가 나왔다

지치고 피곤한 것도 있었고

비도 더 맞고 다니기에는 힘들 정도로 많이 내렸기 때문에



살짝 누워 있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 새 비가 그쳐 있길래 다시 나왔다

숙소를 번화가/관광지에 잡으면 이런 점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언제든 들어가서 쉬다가 다시 나와서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걸 



가지후스레브-베그가 사라예보를 통치할 시절에 지은 '마드라싸(Madrassa)'와 '하니까(Khaniqah)'

마드라싸는 일종의 기숙학교이고, 하니까는 종교시설이다

오래 전에 여기서는 아이들을 이슬람 문화에 맞춰 교육시켰다



정면에 보이는 방이 강의가 이뤄지던 큰 방(Dershana)이고

그 좌우 벽면으로는 학생들이 묵었던 방들이 복원되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 순간 왼쪽 관리실에서 아저씨가 튀어나와 친절하게 5KM을 내라고 했다

마침 갈 곳이 없어 방황하던 나는, 관람료를 내고 둘러봤다



이 곳에서 유일한 볼거리는 저 TV에 보이는 영상이다

그러나 나처럼 여행정보가 부족한 여행자에게는 굉장한 정보원이 되어주었다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에 없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매우 유용했다

저 영상 하나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았다




보스니아 내전으로 파괴된 '가지후스레브-베그 모스크'를 복원하는 모습이다

복원에 필요한 자금은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했다고 한다



정원이라 말하기에는 너무나 작지만

정원을 한 컷 담고 밖으로 나왔다



이 곳은 '가지후스레브-베이 마드라싸 & 하니까(Gazi Husrev-Bey Madrassa & Khaniqah)' 라고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마드라싸(Madrassa)'는 일종의 기숙학교이고, '하니까(Khaniqah)'는 이슬람 문화권에 있는 일종의 종교시설이다. 이 시설은 그 옛날 '가지후스레브-베그'가 사라예보를 도시화 할 때, 함께 지었던 시설이며, 1537년에 완공되었다. 교육의 수준까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 곳에서 사라예보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마드라싸(Madrassa) 맞은 편에 있던 가지 후스레브-베그 모스크로 들어갔다

같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해가 지니까 그 느낌이 낮과는 또 달랐다

사라예보에서 마지막으로 들리는 곳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해졌다



아쉬운 마음에 사무실(?)겸 기념품 가게로 쓰이는 건물도 한 번 담아보고



기도하는 벽, '미라브(Mirab)'

어제 낮에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하고, 기도하던 곳인데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니 아무도 없었다



가지 후스레브-베그 내외의 무덤

이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마드라싸에서 영상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모스크의 한 켠에는 별도의 무덤이 있었는데

아마도 성직자들이 아닐까 싶었다



헉! 파우바라 앞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 발견!

여기에는 한국인이 별로 없을거야, 라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수십미터를 떨어져 있어도 들리는 한국어

단체로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 조용히 다녔으면 좋겠다

에티켓이 너무 없었다



좌우로 여닫는 문이 인상적이라서 한 컷 담았다

아마도 그릇이나 가구를 파는 상점인 듯



이 건물도 그 옛날 가지후스레브-베그 시절에 지어져 지금까지 사용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건물에는 작은 시계탑이 있었다



느즈막한 저녁의 풍경



'페르하디야 모스크(Ferhadija Mosque)'

원래는 초등학교(Makteb)와 공용으로 사용하는 주방(Imaret) 등이 있었으나

1879, 1897년의 화재로 다 타버리고 새로이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바쉬차르쉬야 광장의 저녁 풍경

그리고 세빌리 분수



배가 고파서 광장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신 저 두 분의 포스가 상당했다

주인 아저씨 친구 분이신 듯, 주인 아저씨와 얘기를 나누더라는



이 지역 전통음식인 '체와피(Cevapi)'

소고기 같기도 하고, 양고기 같기도 했는데, 조금 많이 짰다

그래서 함께 나오는 빵과 함께 먹으면 간이 맞았다

양파는 더 주면 좋았을 것을



바쉬차르쉬야 광장에 있는 체와피를 먹은 집, Buregdzinica Ahmo.

그러나 체와비는 다른 데서 먹는 걸 추천

왜냐하면 거리를 걷다가 양파를 더 많이 주는 집을 봤기 때문이다

차라리 아까 뷰렉을 먹은 집에 가서 한 번 더 먹을 걸 싶었다



숙소인 Residence Hostel 앞에서 마지막 한 컷

어제까지만 해도 오른쪽의 술집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비가 오고 추워져서 그런지, 오늘은 사람이 전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사라예보 버스 터미널

안녕, 사라예보!

이제 다시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로 간다



여행을 한지 거의 3개월이지났다. 지나 사진을 보니, 밤 시간이지만 그렇게 어두워보이지는 않는다. 보정의 힘으로 약간씩 밝게 조정한 덕이다. 기술의 발달로 어두운 곳에서도 사진을 편하게 담을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감사할 뿐이다. 여하튼, 이로써 원래 1박만 하려던 사라예보 여행은 2박으로 끝나게 되었다. 그 대신에 모스타르를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다.


원래는 크로아티아 여행이었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으로 인해 무리하게 일정에 추가시킨 사라예보였다. 스플리트 같은 초대형 관광지를 보고 난 직후에 방문한 도시라, 그 모습이 초라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내는 동안에는 그런 모습이 수수하게 다가와 더 좋았다. 여행지이니까 억지로 떠들어야 한다거나 내 마음과는 달리 강제적으로 흥을 내야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으니까. 그냥 조용히 걸으면서, 보면서, 생각하면서 지낼 수 있었던 곳. 내게 사라예보는 그런 곳이었다.


종교와 인종이 섞여있는 모습은 외부인이 알아채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건축물이 같은 장소에 있는 건 흥미로웠으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포착해내기란 쉽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초보여행자라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까지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는 사라예보이지만, 이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다음 번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내 마음 속에 담아두고 가는 이런 느낌과 생각들을 다시 되뇌일 수 있게, 예전의 그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